어린 시절 이세이 미야케의 가족은 전쟁으로 쑥대밭이 돼버린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성장 후 미야케의 눈에 비친 미국은 모든 것이 규격화된 삭막한 곳이었다. 틀에 박힌 서양의 딱딱한 의복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그는 ‘패션의 미학’을 창조하기보다는 ‘생활에 기반을 둔 스타일’을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동양과 서양, 예술과 패션 사이에서 규정되지 않은 상상의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세이 미야케는 일본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아 직선적인 옷감으로 직물과 볼륨에 대한 독창적인 재능을 표현했다. 그가 표현하는 의상들은 움직이는 조각이었고, 그 옷을 입은 여성들은 하나의 오브제가 되었다. 그는 일본 전통 직물제조 기술과 새로운 산업 테크닉을 개발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 자유로울 수 있는 의상을 만들었고, 마침내 ‘형태와 기능을 살린 디자이너’라는 닉네임을 얻게 되었다. 그는 신체를 조이거나 강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단지 옷감을 누비고, 주름잡고, 비트는 과정으로 옷의 외형만 변화시킨 것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그는 사람들에게 몸과 공간의 모순 속에서 옷이 아닌 자신의 몸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1938년 도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이세이 미야케는 어려서부터 여자 형제들의 패션 잡지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디자이너로의 길에 들어섰다. 타마 아트 대학을 졸업한 미야케는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파리로 이주한다. 그에게 파리는 마법 같은 아름다움이 가득 찬 도시였다. 기라로시의 수석 디자이너로 파리 패션 하우스에 첫발을 디딘 미야케는 2년 후 지방시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파리로 온 지 4년 만에 그는 지오프리 빈과의 합작 컬렉션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다.
그는 1970년에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도쿄와 뉴욕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1971년 뉴욕에서 치른 첫 컬렉션 후 그는 1973년부터 자신의 무대를 파리로 옮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하며 디자인 역량을 과시했다.
1973년 ‘한 장의 천(A Piece of Cloth)’이라는 테마로 펼쳐진 파리 컬렉션 무대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에서 영감을 얻어 봉제나 재단을 최소화한 자연 친화적인 의상은 클래식하고 엘리건트하기만 했던 파리 패션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전세계 패션 전문가들은 그의 디자인에 찬사를 보냈다. 이어 발표한 ‘플리츠(Pleats)’라인 역시 이세이 미야케의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로 자리매김하는 영광을 얻었다.
곧 이세이 미야케는 유명해졌다. 그는 컬렉션과 함께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전시를 여는 등 패션 디자이너에 머물지 않고 아티스트의 경지에까지 올랐다. 일본 전통 축제 ‘마쯔리’의 화려하고 행복한 모습, 일본의 전통 동요, 촘촘히 주름진 일본의 전통 우산 등을 연상시키는 그의 컬렉션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항상 일본적인 색채를 가득 채운 그의 작품에는 가장 일본적인 전통에 모던한 새로운 빛이 덧입혀졌다. 전통에 가치를 둔 창조의 세계를 펼쳐보인 것이다. 미야케는 수많은 상을 받고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었지만 정작 자신은 내면의 빈자리를 느낀 듯하다. 1999년 미야케는 자신의 브랜드를 어시스트로 일했던 나오키 타키자와(Naoki Takizawa)에게 넘겨주고 더 많은 텍스타일 연구를 위해 패션 무대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40년 넘게 패션 디자이너로 전세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이세이 미야케. 무한한 호기심과 그칠 줄 모르는 창작 의지, 그리고 새로움에의 도전과 갈망. 텍스타일과 육체의 교감이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인간을 옷에서 해방시킨 전위적인 패션 혁명가 이세이 미야케. 그는 컬렉션 무대를 떠났지만 이세이 미야케의 독창성이나 실험정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 fashion ] ------- > inform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존 갈리아노 John Galliano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
| 장 폴 고띠에 Jean-Paul Gaultier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 이세이 미야케 Issey Miyake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 테스토니 a.testoni _ History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 조지아르마니 GIORGIO ARMANI _ Designers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 조지아르마니 GIORGIO ARMANI _ History : 세계 유명 브랜드 & 디자이너 (0) | 2008/02/25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